대한민국 네티즌이 ‘한국소설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선정한
김애란의 신작 단편소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잃은 명지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는
사촌 언니의 빈 집에서 한 달 간 머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명지는 교사였던 남편이 물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 함께 죽게 된 사건 뒤에 홀로 남겨진다.
그녀의 시간은 멈췄다. 그녀의 남겨진 삶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 의미가 없는 삶이 되어 버렸다.
통곡의 이 땅을 떠나 사촌언니의 집 스코틀랜드로 날아가 봐도
그곳 역시 그녀에게 위로를 주진 못한다.
그곳에서 남편의 친구인 현석을 만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될까 싶지만, 이것 역시 불발로 돌아간다.
그녀의 온몸에 퍼져 있는 붉은 반점 때문에. 어쩌면 이 반점은 이제 당분간은
명지가 정상적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나타내는 표는 아닐까?
남편의 죽음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남겨진 자들의 고통은 생각지 않고 무책임하게 죽어가는 제자를 향해 뻗었던 그 손이 과연 정당할까?
작가는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그 행위는 의미 있었을까?
아무도 살리지 못한 손에 불과한데. 오히려 또 다른 슬픔과 고통을 잉태한 손짓에 불과한데.
아니다. 이 손짓은 무의미하지 않다. 홀로 외롭게 물속에서 죽어갈 제자의 마지막을
굳게 붙잡아준 손이기에. 일견 무의미한 손짓처럼 보이던 이 내민 손은
제자의 마지막 길을 외롭지 않게 만들어줬기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여기 이 손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싶고, 어디로 가야만 할까? 그건 바로 맞잡는 손에 있다.
절규하는 누군가를 향해 내미는 손. 외로움 가운데 신음하는 누군가를 향해 내밀어 맞잡는 손.
눈물 흘리는 누군가를 토닥여주는 손. 이 손이 우리가 가야할 방향 아닐까?
이 단편의 주제는 '상실'이다.
남편을 잃은 '명지'가 어떻게 '상실'을 받아들이는지,
Siri와 피부병을 이용해 보여준다. 전염성이 없지만 온몸으로 퍼지는,
'죽음에서 죽음으로 되살아나는' 피부병은 명지가 평생 안고 가야할 멍에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그렇게 막연한 상실감으로 표현되던, 남편에 대한 상실감은
남편이 구하려다 같이 죽은 학생의 누나가 보내온 편지에서 구체화 된다.
이 소설은 익사사고로 남편을 잃고 홀로 남게 된 한 여인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 뒤에 남겨진 자의 고통을 말이다.
작가노트에서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이 짧은 소설은 말이 무너진 자리에서
가까스로 말의 의미와 쓸모를 찾아가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어느덧 만2년이 되어가는 세월호 사건. 그 사건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의 세월은 멈춰있고.
그들의 말은 무너졌다. 과연 말과 글로 살아가는 자신의 어떤 말이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의미가 있을까? 아마도 작가는 이러한 몸부림을 쳤나보다.
그리고 작가는 죽음 뒤에 남겨진 우리에게 묻는다. 책의 제목의 질문을 말이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아니 우리가 어디로 가야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지 않을까?
여전히 이 땅에 남겨져 고통 가운데 신음하는 이들을 향해 손을 내밀어 잡아야 하는 것.
이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작가의 질문이 울려온다. 당신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김애란(金愛爛, 1980년 ~ )은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충남 서산에 서 살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한 후에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2003년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소설부문)을 수상하여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나는 문학이 나의 신앙이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소설을 쓰는 데 배움이나 경험이 반드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소설 안의 어떤 정직. 그런 것이 나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당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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