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명에서, 종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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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의 본질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전승의 이야기와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유추한 어떤이의 사고를
진리로 믿는 것에서, 종교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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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문명, 개화, 학문으로서의 기독교
▶메이지 시기 종교가 새롭게 제시되고 수용된 국면은 기독교와 분리하여 이해할 수 없다.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보편성, 진리 등에 대한 질문이 촉발되었고
종교 개념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다.
▶초기 선교사들은 서양의 선진 지식, 특히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 지식을 기독교 전도의 수단으로 삼았다.
과학적 법칙성과 자연의 질서를 제시하고 그것을 신의 존재와 연결 지어
기독교의 보편적 진리성을 변증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종교를 문명, 개화, 학문과 결부시켜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일본 사회가 기독교를 선진문명이라고 하여 단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일본기독교회의 지도자적 인물인 우에무라 마사히사는
서양에서 온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독교를 수용하는 태도를 비판하며,
신문명으로서가 아니라 문명과 조화를 이루는, 올바른 종교로서의 기독교를 강조했다.
▶다카하시 고로는 종교와 이학(학문)을 나란히 두고,
진리 탐구의 행위와 신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보편적 도덕률을 명확하게 한다고 보았다.
한편 메이지 전기의 계몽사상가인 나카무라 마사나오는
유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기독교 재해석을 시도하기도 했다.
▶자연신학에서 주장하는 자연의 질서를 유교의 리(理), 천(天) 등에 호응시키면서
기독교의 합리성을 역설한 것이다.
이때 신과 인간을 잇는 그리스도라는 존재는
다소 소거된 형태로, 나카무라의 독자적인 기독교 이해가 구축되었다.
■문명에서 종교로 ― 독자적 영역으로 발전해나가다
▶메이지 2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종교를 차차 문명이나 학문, 학술로부터 분리하여,
종교의 본질을 고찰하려는 논의가 일어났다.
▶고자키 히로미치는 J. H. 실리의 책 『길, 진리, 생명』을 번역해 소개하면서
문명과 종교, 종교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교육자이기도 했던 실리는 물질적인 진보가 문명의 목적이 되는 것을 배척하고,
완전한 자유와 정의, 행복을 얻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종교만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며, 종교가 문명의 목적이라고 보았다.
고자키 또한 도덕과의 관련에 초점을 맞추어 도덕을 주체적으로 행하게 하는 것으로서 종교를 이해했다.
특히 유교의 경우 정치적 군주인 왕이 권위의 원천이 되는데,
현실의 왕이 충분한 덕을 갖추고 있지 못할 때도 있다며 비판했다.
반면 기독교의 신은 초월자를 근원으로 삼고 있으며, 도덕의 근거가 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도덕이 국가를 문명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나카니시 우시오는 불교도의 관점에서 이와 유사한 논의를 개진했다.
초월성과의 관련성만이 종교를 종교답게 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그는 기독교보다 불교가 한층 더 고도의 종교라 주장하며 불교를 옹호했다.
이러한 불교 변증의 핵심은 불교가 자연교가 아닌 범신교이며,
기독교가 취하는 일신교 형태보다 범신교가 더 발전된 종교라는 논리였다.
이러한 나카니시의 주장은 근대적인 인간지와의 관련 속에서 종교를 파악했던 당대의 사고방식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메이지 10년대에는 종교를 문명과 불가분한 것으로 이해했던,
우에무라 마사히사 역시 종교와 문명을 분리하여 이해하기 시작한다.
개인적인 서양 체험 및 자유주의적 기독교 이해의 일본 유입 등을 계기로
우에무라는 종교를 초월성과의 관계를 본질로 하는, 독자적인 영역을 가진 것으로 파악하게 된다.
그러면서 문명과 분리된 보편적 진리성을 주장하며,종교를 희구하는 인간의 마음에 방점을 찍었다.
이처럼 초월성과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는 논의가 기독교와 불교 모두에서 전개되면서
점차 종교의 영역이 명확해지고, 종교와 종교가 아닌 것의 구분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도덕과 종교의 문제 ― 국체사상과의 충돌
▶초월성에 기반한 종교 이해는 메이지 20년대 중반~메이지 후기에
종교와 도덕의 관계에 재배치를 불러왔다.
여기서 도덕과 종교의 충돌이 극렬하게 일으킨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우치무라 간조의 불경사건이다.
▶1890년 학생들을 천황의 충성스러운 신민으로서
교육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교육칙어가 배부되었는데,
천황의 서명이 있는 그 신서에 기독교도인 우치무라가 배례를 하지 않고
머리를 조금 숙이는 것에 그쳐 논란이 된 사건이다.
이에 기독교가 ‘일본의 국체 본성에 맞지 않는다’, ‘나라의 안녕질서를 방해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기독교도들은 여러 관점에서 반론을 펼쳤다.
우치무라의 행동이 불경하다는 비판부터,
‘외형의 예식’과 ‘종교적 예배’를 바르게 구별해야 한다는 입장,
그리고 예식 자체를 거부하는 입장까지 다양했다.
특히 우에무라 마사히사는 “진실로 천황의 뜻에 따른다면
문명적이지 못한 습속은 폐기되어야 한다”면서
기독교도의 양심과 천황에 대한 충성이 충돌하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에 대한 사랑과 나라에 대한 사랑은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올바른 애국이란 단순히 일본이라는 나라를 넘어
‘인류의 개화진보’ ‘인성의 완성’ 등과 같은
보편적인 목적의 달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봤다.
이처럼 우에무라는 기독교를 서양의 종교가 아닌, 서양을 넘어서 보편적 진리를 가진 종교임을 역설하며,
국수주의가 성립되어 가는 시대적 흐름과 호응하고자 했다.
▶불교의 입장에서 활동하던 나카니시 우시오도
불경 사건에 의해 발단된 기독교 비판의 국면에서
국체주의를 넘어서지 않는 새로운 기독교를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유니테리언적 기독교 이해를 참조하며, 일본에 입각한 일본의 기독교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카니시의 이러한 비교종교학적 시도는 일본과 기독교, 일본과 종교라는
동시대적 과제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는 근대 일본에서 종교를 생각하는 데 시사적 역할을 했으며,
이전에는 조화 속에서 파악되던 종교와 도덕의 관계를 새롭게 보게 했다.
■풍부한 사료를 통해 분석하는 종교가들의 ‘말’
▶일본 근대 역사 속에서 종교 개념이 새롭게 제시되고 그 틀을 잡아 나가는 과정을 살펴봄에 있어
『만들어진 종교』는 종교가들의 말, 종교가들의 담론 작업에 집중한다.
당대에 활동했던 기독교와 불교의 지도자적인 인물,
예를 들어 우에무라 마사히사, 나카니시 우시오, 다카하시 고로 등이
종교를 둘러싼 논의의 장을 어떻게 구축해나갔는지 살핀다.
▶이들의 저작물뿐 아니라 그 시기 발행된 잡지, 연설 기록 등 1차 자료를 풍부하게 다루고 있다.
종교를 둘러싼 종교가들의 발화 및 유통의 과정을 다각도에서 살펴보는,
일종의 미디어 연구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만들어진 종교』는
근대 사료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며 일본인 기독교도가 기독교를 지적?반성적으로 파악하려 했던 노력,
기독교와의 경합 속에서 스스로를 옹호하고 갱신하기 위한 불교계의 노력 등을 꼼꼼하게 분석해낸다.
종교 개념의 역사성을 추적하는 이 작업은
일본의 근대 종교 개념이 완성된 형태로 수입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정치사회적 맥락 속에서, 문명, 도덕, 초월성의 문제를 둘러싼
종교가들의 적극적인 논쟁들 과정 속에서 구성된 결과임을 논증한다.
■만들어진 성(聖)스런 장소,
거룩한 의미부여 및 그런 상징적 표현행위가 ..
종교로 자리잡게 되고
그래서 그 거룩함에 측근을 내세우는
하이어라키적 차별행위ㅡ 역시 자리잡게 되고 ....
■ 사크라 (sacra, 성물)가 성스러운 것은
다만 그것이 성스러운 장소에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성스러운 그릇과 보통 그릇 사이에 본래적 차이는 없다.
■ 그것들은 성스러운 장소에서 사용됨으로써
중요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고,
도구로서 유용성과 함께 의미의 주요 원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종교란 관례적, 인간학적, 역사적 범주이며, 하나의 상상력의 소산이다”
현대종교(역사)학 분야에 괄목할 만한 공헌을 한, 조너선 Z. 스미스의 저서들은
종교학도들의 필독서이자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통찰력을 던져준다.
≪종교 상상하기≫에서도 각 주제를 다루는 방법은 매우 인상적이고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주제인 “담장과 이웃”에서 저자는
호두나무에 대한 분류학 설명 방법을 사용하여 종교와 종교들간 종교 단체의 범주와
다양한 정의의 장점과 약점에 대해 놀랄 만큼 완벽하게 설명한다.
두 번째 “비교에는 주술이 살고 있다” 장에서는
대부분 비교가 프레이저의 유사/공감주술 분리에 빠져 있는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비교 시도의 여러 가지 함정을 설명한다.
이후 19세기 뉴질랜드 마오리 종교와 존스타운까지 다양하고 이국적인 예를 사용하여
종교가 역사적이고 지리학적 상황에 놓인 인간의
창의력과 인식력, 그리고 호기심에서 나온 것임을 분석한다.
선택적인 그러나 완전히 본질적으로 인류가 이룬 세계,
인류가 살아가고 이해하는 세계로서 탄생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교회법과 의례와 같은 기본 범주,
그리고 매우 잘 짜여진 신화들이 과시된 모방적 정합보다
상황적 부정합(모순)을 더 반영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존스타운에 관한 마지막 장에서는
종교 역사가로서의 분석력을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오늘날에도 가장 ‘특이한’ 사건으로서 이해하게 한다.
(-Richard S. Sarason, 종교비평연구가)
출판사 리뷰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서문에 등장하는,
“인간,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구인이 종교(religion)를 상상해 온 것은
지난 몇 세기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문장,
그리고 바로 이어서 던지는 다음과 같은 주장일 것이다.“
종교 그 자체에 해당하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종교는 단지 학자들의 연구에서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종교는 분석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작가적 상상력을 지닌) 학자가
비교와 일반화라는 상상적 행위를 하면서 창출된 것이다.
"종교는 학문세계를 떠나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못한다.”
조너선 스미스의 이런 주장은 많은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학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커다란 자리만큼이나 충격을 주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저절로 제기된다.
종교의 역사를 다루는 모든 개론서에서 종교가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등장하여
심지어 구석기 시대에도 종교가 존재하였음을 말하고 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호모 렐리기오수스” (Homo religiosus)라고 널리 알려진 말은
이미 인간의 선천적이고, 보편적인 종교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해 저자는 서문을 쓴지 6년이 지난 후 발표된 논문에서 좀 더 부연 설명한다.
그는 언어학에서 말하는 “언어”, 그리고 인류학에서 말하는 “문화”와 마찬가지로
“종교”라는 것이 경험적인 범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종교라는 것이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총칭하는 이차적인 추상물이라는 점이다.
그는 “고향(home)이란 항상 누군가의 고향일 뿐이지,
절대적이고 일반화된 고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허버트 핑가레트(Herbert Fingarette)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가 구체적인 차원에서 경험하는 것을 종교라는 범주로 포괄하고
그 안에서 온갖 구분을 하는 것이 바로 연구자 집단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종교라는 것은,
“문화”나 “언어”처럼 만들어진 범주이며, 연구를 위해 기능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 개념을 판단할 때에는 단지 그것이 얼마나 이론적으로 유용한가에 달려있다.
이런 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천문대를 방문한 어느 귀족부인과 다를 것이 없게 될 것이다.
그녀는 천문대의 망원경으로 많은 별을 보고 난 다음에 이렇게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놀랍군요! 과학자들은 어떻게 저 많은 별의 이름을 발견했을까요?”
물론 지금까지도 스미스의 이런 주장을 두고 계속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학문의 영역 이외에 선교사, 상인, 식민지 관리 등이
종교 개념의 형성에 기여한 바를 그가 간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있다.
하지만 종교 개념이 특정한 역사적 맥락에서 나타났으며,
일정한 편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제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옮긴이의 글 중에서)
종교연구가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해서도 남다른 열정을 지닌 조너선 Z. 스미스의 이 책은
논문 한편 한편마다 잘 다듬어진 보석과 같은 글들로 이루어졌으며,
종교학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진지한 연구자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깊이 음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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